[데스크 칼럼] 새벽까지 일하는 국회, 정상 아니다

입력 2022-12-25 17:45   수정 2022-12-26 00:07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이 지난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정 처리기한을 22일이나 넘긴 ‘늑장처리’다. 국민 대다수가 잠들었을 시간, 여론의 비판에 몰린 여야는 밤 12시를 넘기며 또 그렇게 ‘일’을 했다. “한국 국회는 정말 열심히 일한다. 이런 나라를 본 적이 없다”는 외국 언론사 한 특파원의 얘기는 조롱에 가깝다.

본회의 직후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와 ‘타협’을 강조하며 예산안 처리에 의미를 부여한 것도 볼썽사납다. 국민은 둘의 밀실 담판에서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 그 내막이 궁금하다. 법인세는 왜 전 과표구간에서 1%포인트씩 ‘찔끔’ 인하됐는지, ‘나라의 생사가 달려 있다’던 반도체산업의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은 어쩌다 야당안(대기업 기준 10%)에도 못 미치는 정부안(8%)으로 합의된 것인지…. 소상히 설명하는 게 유권자에 대한 예의다.
오만과 무능이 문제였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 밤 본회의를 시작하며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어찌 김 의장의 잘못일까 싶다. 새 정부 ‘나라살림’을 다수당 뜻대로 칼질한 더불어민주당의 오만, 대통령실과 야당 사이에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 국민의힘의 무능에 대한 비판이 크다.

돌이켜 보면 올해 심야까지 이어진 상임위원회 회의가 유난히 많았다. 낮엔 싸우고 밤늦게 일하는 문화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 돼 버렸다. 하나의 패턴인 듯하다. 회의 초반 각 당의 공격수가 나선다. 방송사 등 매체들의 생방송을 의식해 서로를 자극하는 격한 말을 쏟아낸다. 고성이 오가고 정회와 파행이 잇따른다. 제대로 된 회의 시작은 오후 2시를 훨씬 넘기기 일쑤다.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 기간 상임위 회의가 심심찮게 밤 12시를 넘겼던 이유다. 타협의 실종은 이런 패턴으로 1년 내내 이어졌다.

1주일 뒤면 새해다. 선뜻 희망을 말하기 어렵다. 경기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을지 가늠할 수 없다. 기업과 가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상상 이상이다. 위기를 버텨내려면 정치도 역할을 해야 한다. 새해엔 달라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타협하는 쪽에 표를 주자
국회 다수를 점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시계(視界) 제로인 상황이다. 합리적인 목소리는 ‘방탄’과 ‘단일대오’에 묻혀버린 지 오래다. 3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국민의힘도 폭풍전야다. 친윤계 중심으로 당이 질서를 잡아가고 있다고는 하나, 전당대회 룰 개정을 둘러싼 비윤계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 내년은 총선을 앞둔 해다. 여야 간 사활을 건 정쟁이 격화될 게 뻔하다. 결국 유권자의 태도가 정치권 변화를 추동할 수밖에 없다. 새해엔 협치와 타협에 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지 특히 주목하면 좋겠다. 그런 쪽을 지지할 것이란 여론이 형성되면 정치권의 일하는 문화도 달라질 것이다.

낮엔 시간을 허비하다가 밤에 일하는 건 일종의 구태다. 국가적 재난이 닥쳤다면 또 모를까. 한 나라의 국회의원들이 걸핏하면 밤 12시가 지나도록 일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양당이 그토록 중시하는 젊은 유권자들은 일할 때 제대로 안 하고, 야근하는 걸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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